편하게 소주 한잔 할 수 있는 식당을 고르는 저의 기준 중 하나는 '다 쓰러져가는 분위기'입니다. 애주가 열중에 아홉은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분위기에서 먹는 술이 더 달고 많이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부산 사상에 위치한 '60년대식 소금구이'는 내일 무너져도 이상 할 것 같지 않은 그야말로 제 기준에 매우 부합하는 분위기의 고깃집입니다.
파란 간판에서부터 '나 이 구역에서 오래됐고 오려면 오고 말라면 마'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풍겨 옵니다. 요즘은 이런 느낌의 분위기를 레트로라고들 하더군요. 말이 좋아 레트로지 그냥 세월 따라 흘러 낡고 오래된 늙은 식당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음식의 맛에 믿음이 간다고 할까요. 그래서 그 낡은 감성의 식당을 제가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 독서실이 근처라 이 가게 앞을 늘 지났었는데 흰머리의 할아버지가 창문 너머로 고기 써는 모습과 연탄불. 그리고 왁자지껄한 분위기까지 '나도 이다음에 이런 곳에서 저 아저씨들처럼 술맛을 느끼는 날이 올까' 하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얼마 전 우연히 이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옛 생각과 함께 '10년 전 여기가 아직까지 있었구나' 하는 신기한 마음에 조만간 가야지 하고 생각하다 이번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5~6개 정도의 테이블이 있는 1층 내부의 모습입니다.
2층입니다.
메인 메뉴가 고기 하나뿐인 단출한 구성입니다. 1인분이 200g이니 작은 양은 아닙니다. 저는 2인분을 주문했습니다.
껍데기가 붙어있는 분홍 생고기가 연탄불 위에서 구워집니다.
새우젓과 고기에 찍어 먹는 간장, 야채 정도로 곁음식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괜찮습니다. 부족한 것은 고기로 채우면 됩니다.
고기가 익는 동안 초조함을 달래기 위한 초조식으로 소맥을 먼저 먹었습니다. 배가 고프면 매우 예민해 지기 때문에 남자 친구가 입에 일단 술이라도 물려주었습니다.
고기가 두껍기 때문에 잘 익혀줘야 합니다.
배가 너무 고파 핏기만 가시면 먹고 싶었지만 꾹 참고 잘 익혔습니다.
고기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연탄불에 은은히 구워서 그런지 식감이 있어 보이는 것과 다르게 엄청 부드러웠습니다. 간간이 붙어 있던 껍데기도 고소하고 소금구이답게 소금 간도 적절하게 되어있어 짭짤했습니다.
이 무너져 가는 분위기와 함께 하니 역시 술이 달더군요.
시락국은 특별할 것이 없는 맛이었습니다. 그래도 마무리는 된장국으로 눌러야 하니까 맛있게 먹었습니다.
마무리할까 했는데 술도 남고 배도 남고 1인분 더 먹었습니다. 보통 두 명이면 한 근 먹잖아요?
이 집은 언제 가야 하는가?
아재 감성 그득한 곳에서 찐하게 소주 한잔 먹고 싶은 날!
어쩌면 고기보다 소주가 더 맛있어 질지도 모르는..

60년대식 소금구이
주소: 부산시 사상구 사상로 251
전화: 051-328-9282
주차: 불가
휴무일:매주 일요일
영업시간:17:0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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